새해 소망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해 기고했던 칼럼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때그때 마다 나름대로 필요하다고 생각 되는 체육-스포츠 계의 사안들을 다시 한 번 독자들이 생각해 보기를 바라고 쓴 글들 이었지만 다시 돌이켜 보니 필자의 마음속에 너무나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 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애정이 없는 무조건 적인 질책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안해 보지만 내 자식을 야단치듯이 사랑이 앞선 비판이 아닌 말 그대로 화가 난 상태에서 질타하는 글들이었던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하여 지방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 며칠을 보냈다. 세상사에 휩쓸려 사느라 머리 속에만 있던 가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돌아오며 스스로에 대해 깜짝 놀란 사실은 나름 까칠하게 판단하고 가능하면 객관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는 본인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스스로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나름의 철칙을 가진 내 자신이,
또 그런데서 나름 자부심도 느껴오던 내가 가족에 관해서는 아직도 한없이 이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터이다.
본 칼럼을 쓰면서 일차적으로는 체육계의 일들을 주제로 삼았지만 많은 경우 그런 문제를 우리나라 사람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곤 했다. 사실(fact)만 가지고 살펴 볼 때 지난 칼럼의 내용 들이 그리 틀린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을 쓰는 본인은 체육계가 혹은 우리나라가 말 그대로 나의 가족이라는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있었다. 여러 매스미디어에 넘쳐나는 의견들이 너무 주관적인 시점을 가지고 윽박지르는 현실에 대항하는 마음에서 그런 논조를 개진한 점도 있지만 결국은 이러한 일이 반복 되면서 ‘가족’이라는 피부적인 개념을 일부 상실해 버린 듯하다.
지금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넘쳐나는 주관적인 주장에 대해, 특히 논리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인터넷 상의 글들에 대해서,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많은 유명 비평가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씨니컬한 의견을 던져대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를 한다. 우리나라의 정서가 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동의를 한다.
하지만 최소한 일 년에 한두번 정도는 객관적인 비평에 선행하는 피부적인 정서를 채워 넣음으로써 우리가 하는 말들이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잊지 않게끔 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이기적인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본인이 이기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만 있다면…
올해도 많은 일들이 체육·스포츠 계에 일어날 것이고 때로는 기뻐하며 때로는 화를 내며 그런 일들을 지켜보고 혹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바른 목소리들이 정확하게 전달되길 바란다. 더불어 그런 목소리가 한 가족에게 들려주는 목소리이길 소망한다■
이지항 성균관대 교수
<2009. 1. 20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