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 변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대한체육회와 55개 가맹경기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종합감사 결과, 회계질서 문란사례가 수십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체육단체의 회계질서 문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적발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예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안들이 개선 없이 현재도 이뤄지고 있어 체육단체들이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체육단체 하면 행정적인 처리는 뒷전이고 상명하복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인식된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보다는 결코 옳지 않은 구태를 답습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체육단체의 예산은 회장의 출연금과 보조금으로 나눌 수 있다. 회장의 출연금이야 이사회 등의 의결을 거쳐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보조금의 경우 대부분은 특별한 목적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당연히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정산 또한 정확히 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하지만 끼리끼리 집행부를 구성한 단체의 경우 다방면의 인사를 영입한 단체보다 보조금의 용도를 변경해 사용하는 등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같은 행태는 소위 힘이 있을 때 즉,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을 때는 수면 하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회장 선거 때는 우후죽순처럼 불거지면서 각종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심지어 소송에 휩싸이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적발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보조금 집행 잔액 반납 않고 불법집행 ▶보조금 용도변경 및 카드깡 ▶자체수입 대신 보조금 집행 ▶공금 유흥비 사용 및 정산 소홀 등이 주류를 이뤘다.
적발된 사례들은 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인 행태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보조금 정산절차의 미흡과 체육회의 지도·감독 역할의 한계, 경기단체의 인식부족과 회계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며 보조금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새로운 운용지침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시·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경기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는 현재 정 단체 45개, 준 단체 6개 등 모두 51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대의원총회 인준을 앞둔 종목까지 포함하면 정 단체 49개, 준 단체 4개 등 53개 단체로 증가하게 된다.
도체육회는 이들 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도지사기 및 전국체전 선발전 등 일부 대회 개최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정 단체와 준 단체로 이원화해 전무이사 활동비 및 사무실 운영비를 매월 지급해 살림이 빈약한 경기단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도체육회도 정산에는 다소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수년 전 기자재 구입비를 경기단체 및 팀에 지원해 문제가 발생하자 직접 구입해 용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변경 했지만 아직도 지원된 예산에 대해서는 경기단체의 정산 처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홍을 겪고 있는 경기단체의 경우 드러난 문제점 중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예산집행의 부적성이다. 예산과 관련된 사고는 규모가 작은 경기단체보다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자생력이 있는 경기단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유인즉 밥그릇이 크니까 먹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회계 부정 못지않게 “부적절한 인사가 포진해 공조직을 사유화 하고 있다”는 우려도 되짚어 봐야 한다.
2년이 넘도록 관리(사고)단체를 탈피하지 못하는 단체나 수개월간 집행부 구성을 하지 못하고 회장 선거를 반복하는 단체,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집행부가 두려워 말을 하지 못하는 단체 등 엄밀한 잣대를 세워 판단한다면 문제없는 단체가 몇이나 될까 염려된다.
이들 단체 구성원의 공통점인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집행부의 장기 집권 체제와 단임 체제 방식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적절한 인적자원으로 집행부를 구성, 어떻게 운영하느냐로 변화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단체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행정의 경우 도체육회서 경기단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회계 등의 업무 교육을 강화해 회계질서 문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경기단체의 청렴화도 전국체전과 국제대회 우승 등의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이번 종합감사를 계기로 체육단체들이 변화를 모색해 ‘체육단체들이 그렇지 뭐’라는 평가절하 된 소리를 다시는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창원 중부일보체육부장
<2009. 9. 16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