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목 발전 해법 찾아보자
한국 스포츠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제90회 전국체육대회가 지난달 26일 대전광역시 일원에서 일주일 간의 열전을 마치고 폐막했다.
지난 1920년 조선체육회 창설 이후 첫 행사로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기원으로 하고 있는 전국체전은 당초 종목별대회로 치러지다 조선체육회 창립 15주년을 맞은 1934년 종합대회로 발전했다.
1938년 일제에 의해 조선체육회가 강제로 해산돼 18회 대회 이후 중단됐던 전국체전은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조선체육회가 재기하면서 전국체전도 함께 부활했다.
이처럼 일제 치하였던 1920년부터 90년 동안 이어온 전국체전은 국내 스포츠 발전, 지방 체육의 저변확대, 엘리트 선수의 발굴·육성에 큰 몫을 담당해 오고 있다. 또 대회를 유치하는 도시도 각종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 주민의 스포츠 활동 지원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국체전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체전이 시·도 간의 과열 경쟁과 우수 선수 빼오기, 기록보다 순위에 집착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체전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3년 광주에서 열린 제74회 대회 때 체전의 비대화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고 이듬해 대전에서 열린 75회 대회때 구기종목을 중심으로 사전 예선전이 열려 체전의 질을 높이면서 참가인원을 감축하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1989년 제주에서 열린 제79회 전국체전이 제24회 서울올림픽 개회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면서 정식종목 36개, 시범 종목 3개 등 39개 종목으로 늘어났고 참가 인원도 2만명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이후 정식종목과 시범종목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41개 정식종목과 3개 시범종목 등 44개 종목에 2만5천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박용성 회장 주도로 ‘체전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전국체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도 간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기록 및 경기력 저하다. 시·도가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의 기록이나 경기력보다는 점수와 메달 획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이를 위해 선수들에게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망주들이 과감하게 국제 무대에 도전하기보다는 성과급을 받기 위해 체전에서 안정적인 메달획득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나친 스카우트 경쟁으로 좋은 선수가 돈에 팔려다니다 퇴출되는가 하면 일부 종목에서는 시·도끼리 ‘나눠먹기’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전국체전 운영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체전 개혁에 나섰다.
그리고 제90회 전국체전이 열리던 지난 10월 ▲종목 축소를 통한 군살 빼기 ▲채점 제도 개선으로 순위보다 기록 향상 유도 ▲기준기록제 도입으로 기록 종목 출전기준 강화 등의 개선방안을 내놓였다.
대한체육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에 촛점을 맞춰 종목을 축소하고 비올림픽 종목은 생활체육 동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국체전을 개혁한다는 데는 많은 체육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늘려온 종목을 축소하겠다는 것에 대해 각 경기단체와 시·도 체육회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가 서울올림픽 이후 체전 종목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시·도 체육회도 참가종목을 늘렸고 이에 따라 영입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체전 종목이 축소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체전 종목에서 제외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전국체전 제외종목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국체전의 개혁은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국체전만 바라보고 1년은 준비해온 비 올림픽 종목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땀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국체전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뿐만 아니라 각 종목별 세계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식종목을 한 순간에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견해다. 대한체육회가 지나치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집중한다는 지적을 피하면서 모든 종목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길 기대해 본다■
정민수 경기신문문화체육부장
<2009. 11. 5 경기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