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학력제’ 엘리트 체육인 양성 모토 기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 전국 대학농구 1부 리그 소속 11개 대학 총장들이 ‘한국형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구축’의 출발점이 될 대학농구 리그제 운영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의 골자는 오는 2010년부터 대학농구연맹이 주최하는 전국대회를 폐지하는 대신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리그제를 도입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훈련 및 시합을 금지한다는 것.
또한 초등학교 6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오는 2016년에는 최저학력제를 통해 특기자를 선발하기로 했으며, 학사경고 이상을 받은 선수는 대회출전을 금지토록 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일정 수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대회 참가 및 훈련을 제한한다는 ‘최저학력제’ 실시다. 이는 ‘학생 선수는 운동만 하고 일반학생은 공부만 하는’ 한국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우수선수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원스포츠는 학생 선수들의 학업보다는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성적 거두기’ 중심으로 운영된 게 사실이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학습권을 포기한 채 운동만 했던 학생선수 중 실업 또는 프로무대에 진출하거나 관련 직업을 갖지 못한 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 사회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신의 이름조차 한자(漢字)로 쓰지 못하고 기본 맞춤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목격하기도 했다.
물론 일선 지도자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 후 한자 및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추천 도서를 읽힌 뒤 독후감을 쓰게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 최저학력제 도입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너무 성급하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학생선수들의 미래와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 더 나아가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통한 엘리트 체육발전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서 ‘최저학력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초중고 축구리그 및 U-리그(대학축구리그)’와 함께 대학농구 리그제가 제대로 정착한다면 다른 종목으로 확대 시행될 것으로 예상,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최저학력제 도입에 대해 많은 대회를 나눴던 한 체육대학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죽었다 생각하고 4년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라. 그러면 앞으로의 너희들의 인생이 바뀔 것이다.”■
최명진 중부일보체육부기자
<2009. 11. 9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