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7 미터의 잔인한 룰렛
한방의 공에 울고 웃는 10.97m 거리의 패털티킥은 룰렛과 같은 운명의 여신 장난처럼 사람들에게 희망과 절망을 가져다준다.
패널티킥은 패널티 지역 내에서 득점기회를 맞은 공격수에게 반칙을 하거나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우 골문에서 10.97m 떨어진 패널티 마크에 공을 놓고 차는 것이다.
공이 골라인에 도달하는 시간은 0.4초,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확인하고 몸을 날리는 시간은 0.6초, 골키퍼와 키커의 싸움은 0.2초의 여유가 승패를 가른다.
골키퍼는 키커가 볼을 차는 순간 0.2초를 기다리면서 지켜보고, 키커는 킥을 하기 전에 어느쪽으로 찰것인가를 결론 내리고 공을 찬다.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역시 0.2초간 기다리면서 상대의 틈을 노린다.
서로가 상대의 작은 틈을 찾기 위해 잠시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즉 여유를 통해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차는 것이 실제 경기에서 골 넣기가 쉽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실제 골 성공률은 70~80%정도대로 역대 월드컵 150차례의 승부차기에서 116개만이 성공을 했다.
이론상으로 구석으로 차기만 하면 골을 넣을 확률은 100%라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패널티킥은 골을 넣으면 100이 되고 못 넣으면 0이 되고 만다. 말 그대로 룰넷 게임이 되고 마는것이다.
그래서 패널티킥은 최고의 득점 기회이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이 커서 차는 키커로서는 위축이 돼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키커와 키퍼 두 선수사이의 심리전에서 이기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골을 막거나 넣는 것은 단순한 실력의 유무만이 아니라 심리전 결과이다.
그래서 축구 도박사들은 어느 특정한 팀의 역대 전적, 현재 선수의 구성, 감독의 능력, 상대팀과의 전적 등등 객관적 자료를 교과서로 활용한 일명 ‘추세분석’을 통해 이길 확률과 질 확률을 따져 이길 확률에 더 많은 돈을 배팅한다.
하지만 이들은 패널티킥 순간만은 이론이 철저히 배제되고 도박사 스스로의 개인적 선택을 한다고 할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
구소련의 전설적인 수문장 레프 야신은 14년간 모두 150차례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FIFA(국제 축구연맹)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해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그가 그토록 골을 잘 막을수 있었던 비결은 심리전의 싸움에서 이긴 재빠른 선택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반대로 키커에게 골을 넣으려면 “야신의 사각지대로 차라”는 말이 있다. 패널티킥시 키커가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면 제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도 막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승부차기도 전략이고 승부차기 순서도 전략이다. 결정적인 순간! 어떤 선수를 승부사로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때 패널티킥 즉 승부수를 어떻게 던지는가? 선수 배치는 어떻게 하였는가. 현재 패널티킥 추세를 보면 예전보다 심리적인 싸움이 훨씬 치열해 졌다.
정부와 시민, 기업과 소비자, 학교와 학생 모든 곳에서 이제는 실제 이론에 근거한 싸움 보다는 심리적인 싸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 심리를 움직이기 위한 방법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업도 경영자도 패널티킥처럼 100%의 성공을 거두려면 심리 파악을 통한 시장의 흐름과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 골키퍼와 키커가 대치된 상황처럼 리더나 경영자의 판단이나 방어가 무엇에 근거하여 대책을 세우고 만들어 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기업의 마케팅 활동도, 경기장의 감독이나 리더도 골키퍼처럼 자신의 감에 의하여 움직이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근거를 가지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리더는 늦더라도 방향을 판단한 후에 판단하는 심리적인 선택이 중요하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2009. 11. 17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