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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포츠 경기에 대한 이율배반적 해석<류병관 용인대 교수>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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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에 대한 이율배반적 해석

동계 올림픽에 이어 동계 패럴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습장 하나 없는데 메달을 딴 휠체어 컬링의 기적은 아무리 자화자찬해도 지나치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컬링의 은메달은 우리나라와 같이 연습장 하나 없는 열악한 특수상황 속에서 컬링이 생활화 되어있고 수많은 컬링장과 컬링 인구를 가지고 있는 캐나다와 맞붙어 8―7로 아깝게 져서 얻은 메달이기 때문에 자체로는 가히 기적 같은 일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일에 대해 느끼는 의미와 가치가 꼭 메달로만 와 닿아야 할까? 하는 점에서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은메달을 따고 아까운 한 점차 점수로 져서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메스컴에서 캐나다의 컬링장 숫자와 컬링 인구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더 더욱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얼마나 스포츠를 피상적인 뉴스 꺼리나 수단으로 대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뉘앙스대로라면 김연아와 같은 세기적인 선수가 탄생한 것도 우리나라에 피겨스케이팅이 완전히 생활화되어있고 피겨스케이팅 인구가 그렇게 많아서, 또 그렇게 훌륭한 연습장과 시설들이 있어서 라는 말인가?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도 우리나라에 여름에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실내스케이팅장이 그렇게 많고 스케이팅 인구가 그렇게 많아서 우리나라 스피드 스케이팅이 올림픽에서 그런 성적을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왜 유독 스포츠에서의 모든 현상을 다 성적으로 해석하고 단편적인 차원으로 해석을 하려고 들까? 그것은 어쩌면 스포츠에 대한 문화적 성숙도와 이해도가 국민들은 물론 언론이나 메스컴에서도 너무나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4년 만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를 성적 중심의 전장으로만 만들어 버리는 데에는 할말이 없다.

유독 왜 우리는 메달로만 성과를 따지려고 할까? 스포츠가 가진 질적 가치들을 외면하고 오로지 메달이라는 피상적인 성과만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다 보니 이런 이율배반적인 해석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메달 이전에 휠체어컬링 선수들의 도전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만일 휠체어컬링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도 이런 관심을 받았을까?

우리 휠체어컬링 선수들은 캐나다 휠체어컬링 선수들과는 다른 차원의 휠체어컬링 선수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선수들은 분명 우리처럼 메달만이 전부인 그런 승부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컬링을 즐기고 컬링을 사랑하고 컬링을 즐기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컬링이라는 종목으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컬링이 더욱 감사하고 좋은 그런 선수들 이었을 것이다.

그런 이들 중에서 가장 잘해서 대표로 뽑히고 할 수 있는 그들 자신들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일 그들이 열악한 컬링 환경을 가진 우리에게 져서 은메달을 땄다 하더라도 우리 선수들이 해낸 위대한 승리를 오히려 컬링 속에서 감사하고 고마워했을 것이다. 우리처럼 일방적으로 성적에 연연한 해석만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휠체어에 몸은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도전의 대상으로 남들이 전혀 하지 않는, 아무 곳에도 연습장도 없는 그런 종목을 택했고 그것이 바로 컬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남들 모르게 자신들 생명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시키기 위해 분명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이 값진 은메달까지 만들었을 것이다. 컬링이 그들의 삶이고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 자체가 메달을 따던 따지 못했던 그들이 선택한 컬링이라는 스포츠가 가져다 준 가장 아름다운 가치였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는 그 나름의 가치와 그것을 즐기는 삶들이 불어넣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런 스포츠를 즐기는지 그런 스포츠를 즐기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메달의 색깔은 단지 일시적인 성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메달을 따지 못한 모든 선수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컬링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좋은 동계 생활 스포츠이지만 그런 점은 단 한번도 주목받지 못했다.

태권도를 전혀 모르는 쿠바인들이 천막을 접어서 만든 미트를 발로 차면서 태권도경기의 득점 상황만을 훈련받아 세계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 쿠바 국민들이 그 수많은 태권도장과 선수들을 가진 우리나라를 어떻게 말했을까?

이번 일을 보면서 너무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태권도경기와 메달이 태권도의 전부가 아니듯 이제는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문화적 해석이 필요한 때이다■

류병관 용인대 교수

<2010. 3. 23.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