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체전 과연 꿈나무를 위한 것인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무더운 여름 방학에 개최한다고 한다.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부 명칭이 들어간 종목별 전국대회와 스포츠 종합대회인 전국소년체전을 7~8월에 개최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문화부는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과 협의해 지난해부터 초·중·고 축구를 주말리그제로 운영해 왔다. 또 대다수의 전국대회를 모두 수업이 없는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치르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축구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지금까지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평일에 전국대회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가맹경기단체가 전국 대회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치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말 경기장 대관 사용이 여의치않은 데다 10여일 동안 대회를 계속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 웰빙 바람이 부는 요즘은 생활체육 동호인 및 시민들이 주말마다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어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장 대관은 더욱 어렵다.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시민들의 눈치(?)로 인해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장 사용을 불허하는 등 해당 체육회 및 가맹경기단체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죽하면 이들의 입에서 ‘경기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까 싶을 정도다.
시기 문제로 논란이 된 국내 종합 스포츠 경기대회인 전국소년체육대회도 마찬가지다. 전국소년체전은 국내 미래 스포츠를 점칠 수 있는 국내 유소년 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정식 종목만 해도 30개가 넘고 올해로 39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전국소년체전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며 명실상부한 세계스포츠 10대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영의 박태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이 대회를 거쳐갔다.
그런 전국소년체전이 예년과 비슷한 5~6월이 아니라 1년 중 가장 무더운 8월에 열린다고 하니 현장에 있는 스포츠 지도자들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다.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기는커녕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실내 종목은 더위 해결 방법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면 된다지만 축구나 육상, 하키, 인라인롤러 등 실외 종목은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장마철이 지나가고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철에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또 학생들은 여름방학 기간에 몰려 있는 전국대회에 출전하느라 온 몸이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
과연 정부가 주도하는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이 소년체전 일정까지 변경시킬 필요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제부터라도 지도자들의 얘기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학습권 보장도 좋지만 어린 선수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면 무리한 일정 조정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저 탁상 행정으로만 잣대를 적용한다면 미래의 한국 스포츠는 더욱 암울할 것이다■
신창윤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차장
<2010. 3. 19.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