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전국체전의 과제
우리나라에서 매년 개최하는 행사 가운데 전국체전보다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국내행사가 어디 있을까? 1920년 조선체육회 창립행사로 1회 대회가 시작된 이래 전국체전은 올해로 91번째를 맞는다. 강산이 아홉 번 변한 세월이다. 90회 대회까지 치러낸 전국체전은 그동안 어떻게 변해 왔을까? 사람으로 따지면 신생아에서 노익장이 된 그 세월 동안 경기 종목과 참가 선수 등 그 규모와 기량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체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퇴보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부인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물론 바쁘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다 보니 전국체전이 개최된지도 모르게 끝나버릴 수도 있고 경기가 열리는 먼 도시까지 짬을 내 찾아가 보기도 어려운 만큼 경기가 개최되는 제한된 도시만의 축제가 될 수도 있다. 전국이라는 의미는 참가선수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전국체전은 말 그대로 전 국민의 축제여야 하는데 개최지의 체육행사로 그치고 체육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려 ‘전국체전’이라는 명함이 무색해지는 최근의 경향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와 책임이 내년 경기도에 주어진다. 매년 시·도마다 순회 개최되는 전국체전의 성화가 2011년에는 1989년 이래 22년 만에 다시 경기도에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수영, 역도를 포함한 13개의 금메달을 쟁취, 세계 7위의 성적을 거둔 데 대한 갈채는 사실 올림픽만의 몫은 아니다.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올림픽의 영웅을 배출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전국체전을 통해 다져진 기술과 기량이 주효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사실 전국체전과 국민 간 마음의 거리는 다각적인 홍보와 흥미 있는 참여 프로그램의 미진함에서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내년 10월 전국체전 기간인 일주일간 전국의 선수단, 임원진은 물론이고 해외동포 선수단까지 약 3만명의 체육인과 체육 관계자가 41개 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도내 54개 경기장을 방문하게 된다. 사실 이들은 전국체전이라는 축제를 위해 초빙된 공연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국체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의 하나가 선수들의 멋진 공연을 보러오는 관람객 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관람객 수는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첨단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걸맞게 실제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는 직접 관람객만이 아닌 TV, 라디오, 컴퓨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간접 관람객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유치하고 만족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년도 전국체전을 경기도에서 유치하고자 한 목적은 대한민국 체육의 웅도로서의 위상을 전 국민에게 알린다는 면도 있었지만 경기도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와 경기도 홍보 마케팅 효과를 노린 데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를 개최할 때마다 최상의 여건을 선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부득이 투자하게 되는 경기장의 신축과 보수공사에 소요되는 예산 투자 요인 발생으로 몇 천 억에 달하는 도내 관련 산업의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 등은 물론이고, 수천 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가져오는 파급 효과는 각 지자체마다 매년 전국체전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게 되는 주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 기차, 지하철, TV에서까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홍보 마케팅 경향을 감안해 볼 때, 도내 각 시군의 산업시설, 관광자원, 문화행사, 특산품 등 지자체의 총체적인 마케팅 홍보 효과는 그 무형 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국체전의 위상 제고와 개최 지자체의 유치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기획과 전략, 실천이 필요하다. 그 길만이 ‘매년마다 치르는 대한민국의 올림픽’으로 전국체전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2011년 전국체전은 반드시 그렇게 치러져야 하고 그래야만 경기도가 전국체전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
장수진 경기도 전국체전추진기획단장
<2010. 4. 28.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