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히트곡은 어디로 갔나
가수의 히트곡은 운동선수의 경기 기록과도 같다. 가수로서 실력을 지니고도 히트를 못시키고 대형 가수로 성장 못 하는 사례도 있고, 혹은 단명하는 가수도 있다. 그러나 패티김, 이미자 같은 뛰어난 70대의 노(老) 가수를 늙었다고 괄시하지 않고, 우대해주는 후배들이 있어 아직도 건강하게 활동 하고 있다.
가수의 경력은 히트곡이 말하고, 선수의 경력은 우승 기록이 말한다. 가수의 히트곡은 두고두고 애창되지만 선수의 기록은 가면 갈수록 잊혀진다. 흘러간 노래의 TV방영은 옛것 알리기의 훌륭한 문화이거늘 스포츠세계는 옛것에 대한 문화는 없이 쓸쓸하게 노대가(老大家)들이 사라지도록 하는 게 현실이다.
가수의 히트곡은 많은 국민들을 즐겁게 하고, 선수들의 기록은 작게는 개인의 명예로부터 시작해 소속 학교나 단체, 시·도의 명예를 넘어 국가적인 명예로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운동 선수들의 기록은 세인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고, 그 스타는 후배들의 망각 속에 함께 사라진다.
역도 선수 장미란, 사재혁은 알아도, 현존하는 원로 역도인 김성집 선생은 잊혀져 있다. 마라톤의 이봉주, 황영조는 알아도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세계기록을 깬 서윤복, 최윤칠 선생도 잊혀진 지 오래다. 유도의 신화적 인물 이선길 선생, 검도의 서정학, 이종구 선생, 복싱의 한수완 선생, 자전거의 엄복동 선생 등 그 숱한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은 그렇게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원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듯이 정부의 지원으로 원로 스포츠인들이 후배를 위한 특강의 기회라든지, 그들의 기록을 항상 기억 할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을 곳곳에 세워 체육역사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고생, 그 노력으로 이룩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기록은 바로 가수들의 히트곡 같은 것인데 우리 선수들의 히트곡은 어디로 갔는가.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육상의 임춘애, 핸드볼 ‘천재’ 강재원, 60년대를 풍미했던 역도의 이형우, 100년에 한번 나기 힘든 검도의 김경남 선수와 그들을 키운 지도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경기도에 뒤늦게 체육인회가 조직돼 경기도체육회의 지원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소위 스포츠 스타라고 하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모임은 찾아볼 수 없다. ‘사라예보 영웅’ 이에리사 용인대 교수가 있고, 역도의 전병관 등 각 종목별 유명 스타들이 경기도에 적지 않을 터인데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스타들은 개인과 고장, 국가의 명예를 위해 젊은시절을 보냈다. 그 선수들을 타 시·도 보다 더 지원해서 키운 체육회나 관계기관의 고마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다쓰고 난 폐품처럼 망각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체육계의 단순 모임도 있고, 체육회를 이끌어준 사무처장 모임도 있지만 정작 주인공인 스타급 은퇴 선수들의 모임은 없다. 주객이 전도가 된 것이다.
체육이 국위선양에 얼마나 큰 몫을 했는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고, 다방면에 끼치는 영향도 잘 안다. 한 때의 열광에 즉흥적인 지원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사려 깊은 검토와 그 분야 전문가의 고견을 수렴해 실행해야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수원 출신의 박지성은 세계적인 스타로 그의 고향에 박지성로(路)를 만들었다. 참 고마운 일이요 스포츠맨들에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박지성의 명성도 지대하지만 아무려면 옛날 손기정, 서윤복, 최윤칠 선생 같은 대 선배님들의 인기와 가치에 비할까.
이 시대의 스타인 김연아, 장미란 인들 은퇴 후 같은 운명이 아니란 보장은 없다. 가수들의 히트곡 같은 그 경력, 찬란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기록을 재조명하고 그들을 우대하는 풍토를 경기도가 앞장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재일 경기도검도회장
<2011.4.20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