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운영다툼 ‘이제그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경기도와 수원시의 명물(名物)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 명물은 운영권을 놓고 경기도와 수원시가 수년간 갈등을 보이고 있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웬만(?)한 것 같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란 생각이지만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무언가 있는 듯하다. 월드컵경기장 운영권 문제의 발단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설립한 (재)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재단)이다. 당시 재단 출연금에 대한 지분은 도와 시가 6대4로 알려졌지만 수원시의 경우 국비와 민간자본으로 투입된 예산은 개최지인 수원시에 지원된 것으로, 이것은 수원시의 몫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수원시가 54%, 경기도가 46%의 지분을 갖게 돼 전세는 역전된다.
여기서 구태의연한 지분율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당시 재단 설립 협약을 맺을 때 명확하게 조항을 삽입하지 않은 것인지, 수원시가 문구 해석을 달리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수년이 흐른 이 시점에서 그것을 논한들 어느 쪽에서 양보할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지분율에 얽매여 그것만 논할 경우 양쪽에서 명분으로 내세우는 월드컵경기장의 공익과 수익창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고 재단 직원들은 예나 지금, 미래에도 양쪽의 눈치를 살피며 행정을 펼쳐야 하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이같이 2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하는 재단의 병폐는 야구장 건립을 놓고 도와 시가 마찰을 빚는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서도 알 수 있다.
재단의 이사장은 도지사인 관계로 그동안 사무총장은 도의 퇴직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이 역임했으나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시 공무원 출신이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도에서는 고위직 한 자리를 뺏겼다고 씁쓰레한 반면 시에서는 쾌재를 불렀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은 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했다. 이 같은 알력의 저변에는 주도권 쟁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임 송모 총장의 연임문제를 놓고 수원시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듯이 도지사가 임명한 사무총장의 경우 시보다는 도의 입장에서 행정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 추천인사가 임명됐다는 점에서 시 행정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재단의 크고 작은 행정이 도와 시의 마찰을 초래했듯이 최근에도 수익사업을 명분삼아 주차장에 야구장을 건설하는 문제로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고, 오비이락(烏飛梨落) 인가 팀장 2명이 사직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직원의 퇴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 관계로 별일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야구장 설립 문제로 도와 재단이 마찰음을 내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렇듯 끊이지 않고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어느 한쪽이 수혜자보다는 자신들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사실 재단에서 야구장 설립을 추진할 때 도는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했다.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예산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쳐 보류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단이 야구장을 건립하겠다고 했으니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임 총장 시절 재단에서 도와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경우 시의 미움을 샀다는 점에서 양극화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깊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경기장의 활용 면에서는 도보다 시가 높다. 도지사가 이사장이면서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부이사장인 시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등 수원시에 의해 전적으로 운영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수원시는 관리 주체라는 소유권을 갖지 못해 도에 몇 차례 운영권을 이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도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마디로 수원시는 이득을 챙기고 도는 양보하라면 협상이 되겠냐는 것이다. 즉, 반대급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쌍방 간에 실리와 명분을 찾지 못해 운영권 이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도와 시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안 명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즐겨야 할 도민과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축구경기장에 야구장을 건설해 수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축구와 연관된, 즉 월드컵경기장에 가면 경기 관람뿐만 아니라 축구문화를 느끼고 쉼터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도와 시의 주도권 다툼으로 도심 속에 자리 잡은 광활한 터가 도민과 시민들에게 외면 받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심사숙고 할 때다.
오창원/부국장 겸 문화체육부장
<2011.4.20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