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시청 육상팀이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빈 코치, 박세정, 이주호, 임재열, 양충직 코치, 이영숙 감독,김푸름, 심수경, 이계임, 서인애, 조민경 선수.
경기 육상 단거리 선봉 ‘안산시청’
더 이상 따라올자 없는 국내 무대… 세계를 향한 무한도전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0일 오후 3시께 안산시청 육상팀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안산 와 스타디움 보조경기장. 형형색색의 스포츠 고글을 멋들어지게 걸쳐 쓴 늘씬한 체격의 남녀 선수 7~8명이 가볍게 트랙을 돌며, 몸을 풀고 있었다. 별다른 통제 없이 각자 몸을 풀고 있는 모습에서는 ‘전국 최고의 명문팀’ 선수들다운 여유와 자유분방함이 흘러 넘치고 있었지만, 표정에서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는 긴장감과 진지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고 있었다.
“육상 단거리의 경우, 시합이 다가올수록 훈련 강도를 낮추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해야합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선수들인 만큼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요”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한국 여자 육상의 거목’ 이영숙 감독은 설명했다.
지난 1986년, 6명의 여자 선수로 출발한 안산시청 육상팀은 창단 이후부터 꾸준히 전국대회 우승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여자 단거리 육상’의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국 최고의 명문팀이다. 특히,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여자 육상 100m 기록’ 보유자인 이영숙 감독(안산시청)을 비롯, 200m·400m 한국기록을 갈아 치웠던 김순영(현 수성중 코치), 한국 여자 멀리뛰기의 1인자로 군림했던 김미숙 선수 등이 활동했던 지난 1988년부터 1998년까지는 전국대회 종합 우승을 거의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04년 남자팀이 출범하면서 남녀 혼성팀으로 거듭난 안산시청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전국 최고 명문’의 자존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던 정혜림(100m 허들)과 정상진(창던지기) 등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금 3개, 은 2개를 따내는 등 각종 전국 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으니 더 이상의 보충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안산시청은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 이상을 획득, 전통 명문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로 필승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영숙 감독은 안산시청 팀의 성적보다 한국 육상계의 미래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단기적인 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다 보니 한국 육상계 전체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제가 94년에 세운 100m 기록(11초49)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는 건 한편으로 정말 슬픈 일이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육상인데 그러한 것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유망 선수들이 육상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도 문제고요. 아무튼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길만이 육상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육상의 발전을 이끈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육상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이 감독과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아래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을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나서며 ‘한국 육상을 이끌 스타가 머지않아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