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팀, 스타트·코너링이 ‘열쇠’
다른 트랙에 비해 속도 빠르지 않아
초반 가속도 따라 승패 결정될 듯
코너 좁아 최적의 회전각 숙달 ‘숙제’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서영우 조가 5일 러시아 소치 산악클러스터의 샌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훈련하며 힘차게 코너를 돌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5위 이상의 성적을 내 ‘평창 메달’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는 한국 썰매 선수들이 목표를 이룰 열쇠는 스타트와 코너에 있다.
8일 루지 남자 싱글 예선을 시작으로 대회를 시작하는 러시아 소치 산악클러스터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는 난도가 높지 않은 트랙으로 꼽힌다.
루지 선수의 끔찍한 사망 사고가 벌어지기도 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경기장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평이다.
임순길 대한루지경기연맹 전무는 “다른 트랙에서는 흔히 시속 140㎞를 훌쩍 넘어가는데,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130㎞대 중반 정도의 속도밖에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7개의 굴곡으로 이뤄진 코스도 공략이 쉬운 편이다.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은 “코너들이 구불구불하게 연달아 이어지지 않고 간격을 두고 곡선 주로가 나온다”고 말했다.
자연히 이런 트랙에서는 선수의 조종술이 기록 차이를 만들어낼 여지가 적다.
따라서 처음에 가속도를 얼마나 붙이느냐가 승패를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에서 빠르게 치고 나간다면 어렵지 않은 트랙을 돌면서 그 가속도를 이용해 마지막까지 속도를 붙일 수 있지만, 스타트 기록에서 뒤처져 버리면 아무리 귀신같은 조종술을 발휘한대도 뒤집기 어렵다.
임순길 전무는 “이런 코스에서는 스타트 기록이 바로 순위로 직결되기 쉽다”고 내다봤다.
평창 스타트연습장에서 단내나도록 맹훈련한 푸시맨과 브레이크맨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물론 산키 슬라이딩 센터의 트랙에 파일럿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장애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기장에서는 좁은 트랙이 최대 난관이다.
반원통 형태의 썰매 트랙은 코너에 이르면 높이 치솟는 썰매들이 뒤집히지 않을 만큼 충분한 빙판을 제공하기 위해 바깥쪽 벽면이 높이 솟아오르는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산키 슬라이딩 센터의 트랙은 코너에서도 바깥쪽 벽이 크게 위로 올라가지 않고 좁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빙판의 가장자리를 긁으면서 지나갈 각오를 하고 코너를 돌아야 한다.
실제로 비공식 연습이 열린 5일 찾아간 경기장의 10번 코너에는 위쪽 벽에 닿을 정도로 깊이 그려진 썰매 날 자국이 선명했다.
마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진입하듯 좁은 코너에 들어가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승리하려면 피해갈 수도 없는 부분이다.
트랙 가장자리에 긁히는 것을 피하려고 아래쪽으로 돌면 그만큼 가속도가 줄어들어 레이스 후반에 기록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자리를 긁으며 지나가더라도 바깥쪽으로 코너를 공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좁은 코너에서 얼마나 가속도를 잃지 않고 지나갈 코스를 찾아내고 정확히 조종하느냐가 100분의 1초를 가르는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경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