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강을 달리고 있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반복되는 구타와 언어 폭력,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통제에 불만을 품고 선수촌 집단이탈이라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포츠계의 사라지지 않는 구타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른 일이 있다. 최근에는 프로배구 선수 폭행과 관련하여 또다시 스포츠계 구타문제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스포츠계 구타 사건은 체육계 전반의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마와 프로의 구분 없이 일어날 정도로 관행처럼 돼버린 게 참으로 아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선수 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스포츠계의 구타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선수들의 78.1%, 국가대표 선수의 4.9%가, 또한 초등학교 선수들의 경우 76.5%, 중학교 69.5%, 고등학교 86%, 대학교 83.3% 등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성별 구분 없이 구타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스포츠계에 구타가 만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선수에 대한 폭력행위 근절을 위해 ‘선수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의하면 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선수보호위원회 및 선수고충처리센터’를 설치해 평가에 따라 해당 단체를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폭력행위자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Three Out Change : 정한 원칙에 대해 3번 어겼을 경우 부과되는 벌칙) 등을 도입해 징계를 강화하였다. 또한 주요대회와 국가대표선수 입촌시 ‘선수인권보장선언대회’를 개최하고 선수 인권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기로 했다.
최근 프로배구 선수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두 감독이 공개 사과를 하였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일부 체육, 시민단체가 두 감독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프로로 갓 출발한 각 구단의 여건을 감안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배구계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게 각각 3개월, 6개월의 자격정지를 내렸다.
일부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막 태동(胎動)한 프로배구의 활성화와 구시대적 악습인 스포츠계의 선수 폭력을 이번 구타 사건을 계기로 근절하는 것이지 두 감독 징계의 경중이 아닌 듯싶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이 있다. 경기력 향상이라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폭력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성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과 기술적 지도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지도자에게 작용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며,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스포츠계의 현실이 구타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수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체육계 내부의 자정(自淨) 노력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성적지상주의’의 탈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앞의 성적에 의해 지도자의 자리가 좌지우지 되지 말아야 하며 최소한 일정기간의 기회를 지도자에게 부여해 줘야 한다.
또한 지도자들은 폭력과 경기수행능력이 비례한다는 체육계의 관행에 대한 인식의 재고(再考)가 필요하며, 이번 프로배구 구타 사건이 폭력 없는 한국 스포츠계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장윤창 경기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