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깜짝 놀래킬 ‘157㎝의 작은 거인’
[가자! 런던으로] 여자역도 문유라
‘역도’는 ‘힘들다’하는 여러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고독’하고 ‘힘든’ 종목으로 꼽힌다.
‘화이팅’을 외칠 동료 한 명 없이 묵직한 쇳덩이를 들고 내리는 단순 동작만을 ‘수십 만 번’씩 반복하며,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부상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번씩 반복해 연습한 노력이 눈 깜짝할 새 ‘도로아미타불’ 되는 허무함도 이겨내야 한다.
이처럼 힘든 역도이건만, “역도가 너무 재미있고, 역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 여자 역도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고 있는 ‘한국 여자역도 -69kg급의 간판’ 문유라(23·경기도 체육회)다.
태릉선수촌에서 잠시 나와 휴식과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문유라를 지난 4일 수원종합운동장 역도경기장에서 만났다.
문유라는 157cm의 아담한 키에 아직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앳되고 예쁘장한 얼굴, 짧은 커트 머리가 잘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20대 초반의 숙녀’ 였다.
하지만, 악수를 하기 위해 맞잡은 거칠고 두툼한 손에는 100kg이 훌쩍 넘는 역기들과 씨름하며 쌓아온 ‘내공’이 묻어 있었고, 트레이닝 복 안에 숨어 있던 당당한 체구에서는 ‘한국 대표 여자 헤라클레스’다운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문유라가 처음 역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부천여중 1학년 시절. 교내에서 열리는 ‘무거운 물건 들어올리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직접 교내 역도부를 찾아가면서부터다.
타인의 권유 한번 없이 자발적으로 역도부의 문을 두드리고, 또 반대하는 부모님마저 설득하며 스스로 ‘역도의 길’을 택한 ‘천상 역도인’인 셈.
어렸을 적부터 운동하는 것이 즐거웠던 문유라에게 ‘역도’는 너무나도 즐거운 운동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인형놀이보다는 총싸움이나 공차기를 하며 밖에서 뛰노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역도를 하게 됐는데 감독님에게 자꾸 칭찬을 들으니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부모님까지 설득하게 됐죠”
이렇게 역도와 인연을 맺게 된 문유라는 역도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안 돼 참가한 소년체육대회에서 은2, 동1를 따내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고교 시절(경기체고) 3년 내내 전국체육대회 ‘3관왕’을 독식하며 ‘기대주’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문유라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일반부 3관왕에 오르는 등 일반부마저 석권하며, 장미란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역도의 차세대 간판’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세계주니어선수권 금메달과 세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김기웅 여자역도국가대표팀 감독은 “타고난 신체 밸런스와 근력,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지만 그중에서도 오로지 ‘역도’밖에 모르는 성실성이 문유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역기를 끌어올리는 동작에서의 스피드만 보완한다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유라는 “우선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메달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부담감을 떨치고 꾸준히 훈련해 앞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