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청 요트팀, 혹독한 시련 딛고 ‘요트명가’ 재건
거친 파도와 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요트 종목에 있어 쓰러진 배를 다시 일으키는 일만큼 힘겨운 일도 없다. 때문에 항해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배를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가끔은 너무도 거친 파도와 바람에 배를 쓰러뜨리고 마는 시련을 겪기도 한다.
이번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는 평택시청 요트팀이야말로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던 배를 쓰러뜨리는 시련을 겪은 뒤 야심차게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 13일 오후 3시께 부슬비가 내린 평택호에서 평택시청과 평택 현화고 선수들로 구성된 경기도요트대표팀 선수들을 만났다. 비 때문에 수상 훈련에 임하는 대신 대회에 나갈 요트를 손질하고 있는 평택시청 요트 선수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장난을 치던 현화고 선수들도 심각한 분위기를 알아챈 뒤 이내 형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진중한 눈빛으로 배를 손질하고 있는 선수 1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에이스 김태겸선수 청각 장애 딛고
팀 재정비…재기 발판 ‘제 2전성기’
올 전국체전 금메달 2개 이상 목표
“평택시청의 에이스 김태겸 선수입니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불굴의 투지를 가진 선수죠.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김태정 평택시청 감독은 설명했다.
지난 2005년 전국체육대회와 대통령기 등 전국 대회를 모조리 휩쓸며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김 선수는 가장 ‘정점’에 있던 지난 2006년 초, 생애 최대의 시련을 맞게 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두통 증세가 갈수록 심해지더니 어지럼증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진단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청각 장애를 일으키는 희귀병인 ‘메니에르 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어묵 노점상을 하며 헌신적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했던 어머니의 죽음(폐암)은 김 선수를 극한의 고통으로 내몰았다.
“그때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서 성적도 바닥으로 추락했고 급기야 팀에서 방출되기도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의 투지로 훈련을 거듭한 김태겸은 결국 지난해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인생 최고의 스승’인 김태정 감독이 있는 평택시청 팀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여전히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는 장애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지만, 김태겸은 평택시청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겠다는 각오로 필승의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위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은 평택시청 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요트계의 산증인’ 김태정 감독, 1998년부터 2006까지 3번의 아시안게임을 모조리 휩쓸었던 정성안(평택시청), 옵티미스트의 1인자 김형태(현 국가대표코치) 등이 활약했던 지난 2006년 당시 거의 모든 전국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던 평택시청은 과거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올해 팀을 재정비했다.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대신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한 평택시청 요트팀은 이번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의 메달을 획득,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태정 평택시청 감독은 “올해 팀을 소수정예로 재정비하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해왔다”면서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최강’ 평택시청이 여전히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