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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서울 올림픽이 개최 20주년 즈음에
작성자
경기도체육회
작성일
200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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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이 개최 20주년 즈음에

1988년. 많은 사람들이 그 해를 기억한다. 전투와 같았던 1987년의 봄을 지나고, 많은 사람들은 그 때 까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스포츠 종목들에게 조차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때 태어난 아기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그 때 대학생이었던 필자 역시 이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 해 우리들의 인생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많은 이들은 그 해를 서울 올림픽이 있었던 해로서 기억한다. 88 서울 올림픽, 2002 월드컵 등과 같이 단 며칠 동안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한 해의 기억이 점령당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마 대한민국 근대사에 이 같은 상징성을 가진 사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삼일절, 광복절, 6.25 동란 발발···. 그렇다 2002년은 월드컵이 있었던 해이고 1988년은 올림픽이 있었던 해이다.

2008년. 올림픽 개최 20주년 행사가 여기저기서 계획 되고 있다. 가을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여러 행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한 가지 심상치 않은 것은, 그토록 커다란 상징성을 가진-1988년 한해를 통째로 집어 삼킨- 그런 기념비 적인 역사적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그리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가 태어나기 이 전의 일이지만 광복 20주년 행사가 이토록 조용하게 준비되진 않았을 것 같다. 혹시 독자들께서 오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서울올림픽 20주년 행사가 광복 20주년 행사에 못지않게 거창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물론 그 중대성에 대해서도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그토록 커다란 상징성을 가졌던 일이 지금은 별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 같은 사실 자체가 궁금해서 꺼낸 이야기일 뿐이다.

서울 올림픽에 관한 평가, 정치적 동기, 사회 문화적 기여도 등 여러 가지 안건들이 과거 20년 동안 언급되어져 왔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표현부터 집단주의 체제의 도구로서의 스포츠, 국내 생활체육의 시발점이라는 평가 등 여러 의견들 속에서 스포츠 계 원로들과 당시 관계자들은 당시 올림픽 유치 비화를 이야기 거리로 풀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기껏해야 서울올림픽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는 몇몇 세미나를 통해서만 발생했다. 체육 전공 학생으로 체조경기장에서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필자에게도 88 올림픽이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는 희미한 추억일 뿐이라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먼 과거의 일 일 것이다. 그나마 3. 1절 같은 역사적 의미조차 없으니 이름뿐인 88올림픽이다.

물론 사실(事實)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서울 올림픽이 가지는 의미는 나름대로 분석되어져야 하고 또한 그런 일들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88서울올림픽에는 그러한 딱딱한 분석대상 말고 무엇인가가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감상적인 회상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옮은 말이다. 상당히 감상적이다.

다만 생각하기는 그 당시 이런 감상이 필자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감상의 여운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까짓 감상 쯤, 독재자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진솔한 경험이었다. 또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고 있다. 월드컵의 추억도 이렇게 말 그대로 추억이 되겠지···.

사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추억 쯤 없어도 세상사는 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행사에 한정지어서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가지는 감상조차도 소중하게 여겨지고 그것이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사회라면 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시작했다.

독립과 광복 기념일. 이러한 것들도 결국은 사실(史實)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감상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공유하는 여러 아름다운 감상들 역시 두고두고 누릴 수 있는 상징으로 유지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맺는다■

이지항 성균관대교수

<2008. 4. 8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