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스포츠 생산기지! 대한민국
현재 한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박지성, 박찬호, 최경주 선수다. 메이저 스포츠 리그에 속해 있는 선수들이 인기인데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웃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오히려 팬들의 열기는 우리를 능가하는데 그 이유는 MLB(메이저리그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보다 많으며 특히 일본 프로야구에서 특출한 기량을 보였던 이치로, 노모, 사사키 그리고 마쯔이 등이 MLB에서도 거침없는 실력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한국, 일본보다 미국 스포츠에 더욱 열광하는 국가는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특히 중국 팬들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보다는 프로농구 NBA(미국 프로농구)에 정신이 팔려있다.
중국 스포츠 시장을 살펴보면 최대 인기 스포츠 종목은 2001년 까지 축구였는데 농구 스타 왕즈즈가 미국 달라스 매브릭스로 스카웃 되면서부터 축구에서 농구로 넘어가게 됐다.
당시 중국 인민일보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의 스포츠 면은 왕즈즈의 일거수 일투족을 도배하다시피 했으며 2002년 야오밍이 NBA로 진출해 세계적 선수와 맞먹는 경기력을 보여주자 중국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야오밍 선수를 혹자는 중국에서 그의 인기는 신 중국을 설립한 모택동의 인기와 맞먹는다고도 말하기도 한다.
지난 22일 새벽 맨유와 첼시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새벽 경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했지만 박지성 선수의 미출장으로 아쉬움이 더욱더 컸다. 내가 아는 친구는 아예 첼시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고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박지성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 옆에 있던 친구는 첼시가 우승해야 하는 이유를 “삼성이 스폰서니까” 라고 대답했고 한 친구는 맨유의 우승이 당연하다며 자신이 맨유의 팬이라고 말하였다.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결과는 우리의 사회 각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1조2천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TV 중계권료와 개최 도시 경제효과, 입장료, 경기장 판매 수입 등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이러다 보니 대회 결승전을 개최하려는 도시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내년에는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 2010년에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이 결정 되어 있다.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결승전이 우리 안방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우리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더 크게 말하면 맨유와 첼시의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해외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자국의 선수들이 덩치가 큰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그들보다 우수한 실력을 과시하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강속구로 미국의 대표적 강타자 배리 본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박지성의 산소 탱크가 경기장을 누빌때 마다, 우리는 우리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의 스타들이 맹활약을 할 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며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프리미어리그나 MLB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소위 스포츠 마케팅의 국제화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즉 프리미어리그는 박지성, 이영표 선수를 내세워 이미 국내 축구팬들을 길들이는데 성공했다. 길거리에서는 맨유의 유니폼에 AIG(스폰서)의 로고나 마크가 새겨진 모자, 셔츠 등을 착용한 중·고·대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를 해보면 이들 프리미어리그나 MLB가 그들의 스포츠 국제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유럽과 미국 이외의 지역에도 수많은 팬을 확보해 각종 수입을 증대하기 위함이다.
스포츠의 국제화는 TV중계권을 비롯한 경기단체 및 선수의 캐릭터, 로고, 마크 등의 상품화권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확대시켜주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프리미어리그가 NBA, MLB 스타들이 한국 땅에서 경기를 가지게 될 날도 우리에게는 멀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국의 스타들이 팀에 속해 묘기를 보여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메이저스포츠에 선수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가 만든 선수가 잘할수록 우리에게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박지성 선수가 경기장을 달리면 달릴수록, 박찬호 선수가 미국 강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MLB는 한국 원화가 다발 채 포수미트에 펑펑 꽂히며, 이치로가 홈런은 만들어 낼 때 일본 엔화가 담장 너머 덩굴 채 굴러들어 오며, 야오밍이 덩크 슛을 쏘면 중국 위안화가 뭉치 채 농구골대로 쏟아질 것이다.
지금도 메이저 스포츠는 국제화라는 이름 하에 전 세계에서 돈 찍는 물건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교수
<2008. 5. 27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