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싸움터고 어디서 승리해야 하는가?
전쟁에 있어서 어느 지역을 탈취하기 위해 싸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은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삼고 있는 국가지만 인종에 대한 차별만큼 만만치 않은 나라이다.
외견상 평등이라는 개념보다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인종간의 이념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고 넓은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가 월남전 영웅의 이미지를 가진 미국 정치 거물인 매케인을 이겼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가 바로 젊고 강한 개혁의 이미지로 철저히 약자의 편이라는 고지를 점령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진보 성향의 미디어들에 대한 호의적인 언론관과 비전 제시는 오바마의 승리를 도왔으며, 결정적으로 경제위기라는 대 변수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도 전투 지역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연 어디가 전투 지역인지를 잘 인식해야만 한다. 또한 내가 장악하고자 하는 싸움터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한다.
오바마의 승리도 바로 이런 전투 지역과 장악하고자 하는 싸움터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였기 때문에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필자는 프리미어 리그 첼시의 경기장을 방문해 투어를 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홈 팀과 어웨이(방문)팀의 락커룸이었다.
경쟁자인 상대팀의 라커룸은 말 그대로 유니폼 갈아입는 교체 장소 이상의 역할외에 철저하게 불편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옷을 넣은 공간이나, 작전 공간, 마사지 공간, 휴식 공간 모든 것이 너무나 형편이 없어 보였다. 이유인 즉슨 상대팀을 철저하게 기분 나쁘게 만들고, 불편하고 쉴 수 없도록 만들어 경기력을 저하시키려는 의도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첼시의 어웨이 락커룸은 다른 구장보다 낫다고 설명하는 가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경쟁이구나! 싸움이란 경기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SK와이번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 수원 삼성의 정규리그 1위! 1등이란 분명히 좋은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의 전쟁터가 무엇인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미국 대선은 격전지는 시카고, 뉴욕, 워싱턴 등과 같은 지역도 아니며, 국회나 당내가 아니다. 그곳은 다만 선거인들이 있는곳 뿐이지 대통령에 대한 선택은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 바로 전쟁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권자의 마음이야 말로 싸움터요, 전쟁터요, 소위 마케팅에서 말하는 시장 바닥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결정적 요인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자기당의 주체적 모습을 가져가려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싸움 그 자체는 필요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지는 면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고객이 바로 국민인 것이다. 국민이 바로 소비자인 것이다. 소비자 마음의 싸움터는 복잡 미묘해 이해하기에 매우 난해한 곳이다.
소비자 고객의 마음이라는 싸움터에서 고객을 사로잡고 경쟁자를 퇴치해야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케팅 전쟁이란 아무도 본적이 없는 마음속 상상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군대의 전쟁, 정치의 전쟁과 마찬 가지로 마음의 전쟁터에서도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고지를 점령하면 방어는 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경쟁 기업들 모두가 고지를 장악하려고 애쓴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한해를 마무리 해가는 현재 시점에서 싸움터가 어디이고 점령하고자 하는 고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이곳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도균 경희 대학교 체육 대학원 교수
<2008. 11. 11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