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경기단체와 소통 필요하다
올해 초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 간 반목이 있었다. 이같은 반목의 외형적인 원인은 소통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동안 도교육청과 경기단체 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알력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교육청은 초·중 선수들이 출전하는 소년체전 종합우승 탈환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전략 종목이라 할 수 있는 13개 종목에 대해 1개월 정도의 동계 강화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동계훈련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배제된 경기단체 전무이사들은 자신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면서 평소 소원했던 관계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해 서울에 금메달 수에서 20개나 뒤지는 참패를 당하는 등 최근 2년간 소년체전에서 경쟁 시·도인 서울에 이어 종합 준우승에 그친 도교육청으로서는 야심찬 동계훈련을 실시해 명예 회복을 노리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뭇매를 맞은 것이다.
여기에 도교육청의 대응도 석연치 않았다. 처음에는 경기단체와 관련 없는 훈련이므로 별 상관없다고 맞서다 반발이 커지자 시각차이라고 발뺌한 뒤 유대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답변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등 일관성 없게 대처해 전무이사들의 감정을 악화시켰다. 도교육청과 전무이사들의 소원한 관계는 지난해 소년체전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전무이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울에 참패를 당한 주요인이 선수들의 기량 부족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소년체전 선발전과 훈련방법, 도교육청과의 교류 등에 문제점이 노출돼 선수들의 기량보다는 경기 외적인 요인이 참패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즉, 주축교를 선정해 실시하는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식’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설이 난무하는 등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기단체 중심이 아닌 종전의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했다.
도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경기단체서 강화훈련을 주관해 출전하는 전국체전과는 달리 소년체전은 주축교를 중심으로 훈련해 왔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이 대수롭지 않게 판단해 매년 되풀이한 주축교 훈련방식의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변경하지도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도교육청이 이번 강화훈련을 추진하면서 6개 종목의 경기단체와 협의를 한 것과 달리 7개 종목에 대해서는 경기단체에 통보도 없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았다.
소년체전은 시범종목을 포함, 33개 종목의 경기가 열린다. 이 종목 중 도교육청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교사나 코치 등의 전무이사는 10명에 불과하다. 이런 연유로 도교육청과 경기단체 간 협조체제가 미흡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행여 도교육청이 말을 잘 듣는 전무이사들과만 협의를 했다면 경기단체 간 반목 등 향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도교육청에 있다 하겠다.
학교 엘리트체육은 올해 전환기를 맞을 전망이어서 도교육청과 경기단체 간 유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부터 4일간’ 열렸던 소년체전이 올해부터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여름방학기간인 7월 말~8월 초 개최로 변경하는 안을 대한체육회 이사회서 승인, 의결하고 다음 달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경기일정 변경은 단순히 개최일자 변경에 그치지 않고 소년체전 선발전은 물론 선수단 훈련 등 초·중 엘리트 선수들의 전체적인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긴밀한 협조 관계가 유지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도교육청과 경기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사전에 착실히 대비해 타 시·도보다 앞서는 행정을 펼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 협회의 경우 도교육청의 예산 지원 미흡으로 올해 교육감기 대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도내 초·중·고 대회로는 최대 규모와 상징성을 갖고 있는 교육감기 대회마저 경기단체서 주관하지 않겠다고 작심한 상태서 수수방관 할 경우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향후 상황은 급변을 예고하고 있는데도 대처방안은 모색하지 않고 예전 방식만 고집한다거나 반목을 조장하는 행태는 엘리트체육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저해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오창원 중부일보 체육부장
<2010. 1. 27 중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