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그리움
아파트 베란다 넘어 대나무의 자태가 푸르다 못해 찬란하고 창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초여름 볕은 유난히도 눈부셔 마음 설렘을 주체할 수 없다. 이럴 때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아련하고도 애잔함이 온몸을 휘감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수많은 사연을 담은 그리움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 옛날 아지랭이 따라 호흡하고 개나리 꺾어 온통 노란빛으로 장식했던 어린 시절 내 꿈의 삶터, 지금은 부르기만 해도 시려오는 아버님, 겨우내 얼었던 얼음 거둬내고 시냇물에서 고기들과 노닐다 버들피리 만들어 내가 만든 나만의 화음 내고 노란 배추 순으로 허기를 달랬던 파란 추억. 자연의 품안에서 꿈과 사랑이 있었던 그곳이 그립다.
초등학교 운동장 모퉁이에 제일 먼저 봄을 알리던 백옥처럼 하얀 목련꽃, 그들도 함께 놀던 동무였다. 지금도 변함없이 등교하는 개구쟁이들을 반겨주고 있는지, 그곳에 가고 싶다. 봄소풍이었던가? 어쩔 수 없이 내 등에 업혀 개울가를 건넜던 소녀, 초등학교 졸업 후 가난 때문에 일 찾아 떠났던 그녀의 안부가 아리도록 궁금하다.
한 여름밤 온 사방을 수놓았던 수많은 반딧불은 참 아름다웠다. 밤이 깊어지면 어머니 품에 안겨 쏟아질듯 한 별을 보면서 옛 이야기 듣던 날들, 여름방학 때면 친구들과 바닷가 근처로 소 먹이러 가 실컷 멱 감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질 무렵이면 조급한 마음으로 찾아나섰다가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있는 녀석들을 보면 얼마나 반가웠던지, 커다란 눈망울에 워낭소리 내던 그 녀석들이 보고 싶다.
가을이면 먹을 것도 풍성하고 많았다.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 감이고 밤이며 또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열매들 그러나 우리는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오솔길 따라 한없이 늘어서 한들거리던 코스모스 모습은 마치 막내딸 시집 보내고 돌아오는 부모님의 마음처럼 쓸쓸하고 스잔한 느낌이었다. 이런 마음을 늘 함께 동무해 달래주던 친구 ‘복일’이가 그립다.
이렇게 어린날의 추억들이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다가설 수 있음은 자연 속에서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 삶터 광명, 도덕산과 구름산에서 만들어 내는 행함들이 먼훗날 알알이 그리움으로 남겨지길 노력할 것이다.
요즘 경기도의회의 원구성에서 내거티브 등으로 빚어지는 많은 갈등과 서로에 대한 미움들이 우리 의원들의 냉철하고 슬기로움으로 잘 극복되어 시간이 지난 언젠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제 ‘천자춘추’를 마감하면서 많은 분들의 격려를 가슴에 담고 이 또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으면서 감사로써 마치고자 한다.
<경기일보 2012. 6. 26>
김경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