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자정운동을 시작했다.
이번 자정운동은 승강제라는 제도를 도입해 그 어느때보다도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잡음을 일으킨 경기단체의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해 정상적으로 운영할수 있는 자생력이 생길때까지 행정 및 재정적인 지원을 한 적은 있지만 정가맹 경기단체의 자격을 박탈해 준가맹 경기단체로 지위를 격하시킨적은 없었다.
이같이 대한체육회가 경기단체의 위상을 추락시키면서까지 고강도 자정운동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기단체의 비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실 경기단체의 비리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기단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비리는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인식은 아직까지도 체육단체들의 자정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체육하면 폭설, 폭력, 명령 등등의 단어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경기단체의 정가맹과 준가맹은 천지차이라 할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단체들은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로 인준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단체는 회장의 출연금과 대한체육회 보조금 등으로 운영된다. 연간 살림규모는 종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수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준가맹 단체는 대한체육회장 선출을 비롯, 각종 사안을 다루는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으로 인정이 안돼 정가맹단체가 누릴수 있는 참정권이나 혜택을 전혀 볼수 없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없다고 할수 있다. 이로인해 종목 활성화에도 많은 걸림돌이 된다.
이에따라 비인기 종목이나 저변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종목의 경우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 인준과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 등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대한체육회가 고강도 비리척결을 외쳤지만 모든 경기단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단체가 열성적으로 우수선수 육성을 위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일부단체에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경기단체를 이용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단체의 비리에는 횡령, 밀실인사, 비합리적인 선수 선발 등을 꼽을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뿐만 아니라 시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에도 대동소이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체육단체가 폐쇄적이고, 선후배를 중시하는 상하복명 체계, 행정적인 시스템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배타적인 요소도 한몫하고 있다.
집행부에 반기를 든 인사의 경우 소위 죽이기(?)에 들어가 운신의 폭을 없애거나 보복적인 음해로 ‘생매장’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체육회가 승강제를 도입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수 있다.
승강제 도입의 골자는 정가맹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경영평가 등을 실시해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자격을 박탈하고 준가맹단체로 격하시켜 보조금 등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한체육회가 그동안 경기단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쇄신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사그라들지 않자 경기단체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던 보조금을 중단시키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준가맹단체로 격하될 경우 연간 수억원에 이르던 보조금을 받지 하게돼 경기단체의 위상은 물론, 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을 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염려스러운 일도 있다. 현재 정가맹단체인 56개 종목에 똑같은 잣대로 공정하게 비리척결을 할수 있겠느냐다.
개개의 경기단체 이지만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효자종목과 인기 종목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됐을 경우도 엄정하게 처벌 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경기단체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보조금의 지급여부로 제재 방안이 설정돼 경기단체의 종속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와관련, 대한체육회는 “김정행 회장의 비리 척결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지만 두고 볼 일이다.
공정성과 윤리성, 투명성 등 다면 평가로 경기단체에 대한 정기적인 회계감사와 함께 중앙경기단체 및 시도체육회를 대상으로 암행감찰을 실시 키로 하는 등 큰 테두리의 자정 방안은 확정됐다.
이 쇄신책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전에 만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대한체육회가 지속적으로 비리척결에 앞장서 체육계의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부일보 2013.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