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체육의 요람이라 일컫는 경기체육고등학교가 개교한지 어느덧 18년이다. 전국 체고 역사로 따져보면 그다지 긴 역사라 할 수 없지만 타 시도 체고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같은 밑거름은 경기도라는 위치와 그에 걸맞는 투자, 관계기관의 애정과 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체고 설립 문제를 놓고 당시에는 찬반으로 여론이 갈리기도 했다. 찬성하는 측은 도립체고 설립으로 보다 우수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반대측은 시군에서 학교운동부를 많이 육성하고 있어 체고를 설립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엘리트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 뒤늦은 감은 없지 않았으나 1995년 개교했다. 설립초기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수한 선수들과 부모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도 그럴것이 도립 특목고인 관계로 무료였고 여건 또한 일반학교와 비교할 수 없었다. 경기체고 출신의 대표적인 선수로는 윤미진을 꼽을 수 있다. 윤미진은 재학때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및 단체전을 석권하며 양궁계 신데렐라로 등장, 경기체고를 개교 5년만에 전국 최고의 체고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가 있음에도 일반학교 운동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 경쟁력있는 일부종목에서 획득할 정도로 소수인 점을 감안, 예외로 치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의 출신고교를 살펴보면 시도 체고 출신들의 성과가 높게 나왔지만 많은 종목을 육성하는 것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 평가 할 수 없다. 광주체고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서울체고로 3명 이었지만 경기체고 출신은 1명도 없다. 반면 도내 일반고교인 의정부경민고는 유도에서(김주진, 황예슬), 성남여고는 펜싱에서(남현희, 오하나), 부천고는 사이클에서(조호성, 박선호)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순 수치라 할지라도 경기체고가 국제경쟁력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이며 체고 설립당시 찬반으로 갑론을박이 왜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체고의 운영방식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육성하고 있는 11개 종목의 지속여부와 함께 세분화 하는 방안 등 백지상태에서 경기도의 필요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일부 종목의 경우 시군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종목과 맞물려 우수 선수 확보를 위해 신입생 유치 때마다 매년 지도자들간 반목이 발생하고 있어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육상 트랙종목의 경우 일반 학교에서도 우수한 선수로 육성 할 수 있는 만큼 양보하고, 시설 및 기구가 필요해 일정의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필드종목은 체고에서 책임진다면 선수 스카우트 문제도 해결되고 트랙과 필드 종목 모두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 된다는 판단이다. 체급종목의 경우도 남녀부 모두를 육성하는 것보다 도내 현실을 감안, 취약한 부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당사자인 체고는 물론, 도교육청, 경기단체간 협의를 통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학사운영의 변화도 필요하다. 유망한 우수선수라 하더라도 만일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거나 사정으로 인해 운동을 그만두는 학생에 대한 배려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 행정이나 연관성이 있는 진로체계가 확립돼야 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말 처음 졸업생을 배출하는 경기체중의 종목 선택도 신중을 기해 정착시켜야 할 때다. 학년별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9개 종목을 육성하고 있으니 종목 비대화가 어느정도 인지 짐작할수 있다. 이로인해 유도, 복싱, 사격 등 3개종목의 선수는 소수에 그치고 전임코치도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 선수는 체고 선배들과 훈련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맞춤교육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중장기적인 계획없이 일단 설립만 하고 보자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행태다. 이 뿐만 아니다. 교사(校 舍)와 기숙사건립도 시급하다. 경기체·중고 운영은 시험단계를 지났다. 이제 어떻게 되겠지가 아니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할때다.
<중부일보 2013.10.17>